<김승현기자의 무대 돋보기>
미술관에서 누워 보는 드라마, 우울속 걷어올린 삶의 건강함
‘그녀의 방’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m
미술관에서 누워서 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배우로 더 유명한 이항라씨가 쓰고 연출한 ‘그녀의 방’(13일까지 서울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02-3673-5580)입니다.

이 작품은 2006년 이씨가 쓰고, 연출한 모노 드라마 이그지비션(Monodrama Exhibition) 형식으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공연됐습니다. 낮에는 ‘여성의 방’을 극사실주의로 재현한 설치작품을 전시하고, 밤에는 그 다양한 방에서 여인의 삶이 생생하게 펼쳐집니다. 예술에 대한 감상과 은밀한 개인의 사생활 공간을 훔쳐본다는 합법적인 유쾌한 관음증(觀淫症)도 만족시키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올해는 질과 양면에서 크게 확장했습니다. 합판으로 가건물을 꾸미고 냉장고 등을 가져다가 내용을 채운 다음 회전의자에 앉아 몸을 돌려가며 봤던 초연과 달리, 갤러리에 드로잉과 조각, 설치를 제대로 꾸미고, 갤러리 바닥에서 마치 자신의 방처럼 몸을 둥기적 거리며 볼 수 있습니다. 쿠션과 베개로 쓸 수도 있는 스폰지를 말아놨지요. 배우들도 모노 드라마에서 장지아, 이현주, 전고은, 김민주씨 등 4명으로 확대했습니다. 이씨가 출연하는 단편영화도 있으니 출연배우는 모두 5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같지만 다른 ‘그녀’의 삶을 표현하고, 또 다른 자아의 모습을 좀더 풍성하게 하기 위해서랍니다.

또 촉망받는 젊은 안무가 정영두, 영화감독 윤용훈, 설치미술가 강선미, 사진작가 임안나씨가 새롭게 가세했습니다. 물론 기존의 오매이 작가, 김태완 최관열 감독 등은 계속 참여했습니다.

빨래널기, TV홈쇼핑, 청소하기, 샤워하기, 생일카드 읽기 등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좀 어둡습니다.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배 배우 이은주를 생각하며 구상, 무대에 올렸으니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이씨는 1999년 이은주와 ‘송어’라는 영화를 함께 찍었습니다. 강수연, 설경구씨가 주연을 맡았고 이씨가 조연, 이은주가 단역을 맡았지요. 이씨와 이은주, 두 사람은 영화 촬영 세 달 동안 한방을 써 더욱 가까웠다고 합니다. 더욱이 그가 목숨을 끊은 날이 바로 자신의 생일이기에 인연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우울한 여자의 죽음을 극사실주의(極寫實主義)적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대표작 ‘리퀘스트 콘서트’를 연상케 하지만 영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치를 사용해 웃음의 코드를 많이 가미했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자살을 시도, 쓰러졌다가 재채기와 함께 다시 살아나는 영상이 더해져 비극보다는 삶의 건강성을 주장하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조용한 무대가 우리네 일상의 삶에 대비돼 참 많은 것을 생각케 합니다. 주위를 돌아보며 열심히 살아야 겠다고.

hyeon@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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