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공구상가에 예술을 ‘용접’
‘문화·디지털 청계천 프로젝트’ 첫발 스튜디오 개관전
 
» 청계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들. 왼쪽부터 이부록, 안지미, 김영미, 남지 작가.
청계 3가 청계천 물가. 이름 모를 동물이 눈길을 당긴다. 청계천을 가로질러 종로구 장사동과 중구 입정동을 잇는 관수교에도 비슷한 동물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쇳덩어리인 점.

다리에서 눈길을 약간 틀어 올려다보면 고만고만한 공구상가들 사이 우뚝 선 건물이 눈에 띈다. 센츄럴관광호텔. 특별히 화려하지 않아 건물 앞에 내건 ‘청계 창작스튜디오’라는 대형 펼침막을 보고 “뭔데?” 하고 살펴보니 호텔이다.

현관문을 젖히면 웬걸, 또 한마리의 쇳덩어리 동물이 버티고 있거니, 아무래도 쇳덩어리와 정 깊은 데지 싶다. 아닌 게 아니라 1층 로비에선 청계창작스튜디오 개관기념 ‘청계천의 꿈-철기시대는 진화중’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철사를 구부려 만든 그림(김병진), 쇠파이프를 잘라 엮어 만든 연인(강덕봉), 스테인레스를 갈아 만든 눈망울(고병섭), 성형 금속판에 모터를 결합한 새(강국형), 숟가락에 철사를 용접해 만든 곤충떼(장세일), 쇠사슬에 묶인 선글라스 고양이(김래환) 등.

“청계천 상가에는 없는 게 없어요. 뚝딱하면 탱크도 만든다는 말이 나오잖아요. 공구상가에서 나오는 각종 소재를 예술과 연결시키자는 취지입니다.”

» 숟가락에 철사를 용접해 만든 곤충떼(장세일)
이곳은 지난해 7월 서울시에서 호텔의 주방자리를 임대해 새로 꾸민 뒤 서울문화재단에 맡겨 운영하는 갤러리다. 지난달 27일 문을 열어 채 이름도 못붙였다. 첫 전시를 기획한 김래환씨는 쇳덩이의 딱딱함을 조각의 모양새로 상쇄할 작정인지 각종 생명붙이로 채웠다. 임홍재씨의 비디오 작품에서는 포장마차 아주머니, 호텔 안내원, 주차장 관리인 등 사람 냄새가 폴폴 피어난다.

서울문화재단 이규승 문화사업팀장은 갤러리 손님을 공구골목 투어, 쇠를 이용한 조각체험 등으로 연결시켜 독창적인 문화로 승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계천에 물길을 낸 이래 이곳을 찾는 사람은 5천만명을 넘어섰지만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던 터. 갤러리를 내 지역산업과 접목한 ‘문화·디지털 청계천 프로젝트’ 첫 발을 비로소 뗐다. 서울시쪽은 성과를 봐 가며 입정동 쪽에도 이러한 시설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호텔 3층에는 창작스튜디오도 문을 열었다. 긴 복도 끝 작은 문패를 단 출입문을 열면 독립공간 세 개가 나온다. 공모로 뽑힌 입주작가는 남지, 김영미, 이부록-안지미씨 등 3팀. 막 짐을 옮겨온 남지씨는 자기의 키네틱 아트 작업이 청계천 지리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설계해 부근 공방에서 만든 부품을 이 스튜디오에서 조립하려 한다. 방음을 했어도 호텔 안이어서 시끄럽거나 대형인 작업은 쉽지 않지만 1년 동안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자리잡은 이부록-안지미 부부작가는 이곳에서 주민들과 여러 가지 소통을 실험할 것이라며 결과는 비디오, 책자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작가들은 아래층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차례씩 열고 서울시(2회)와 서울문화재단(1회) 주최 전시회에 참여하게 된다.

“신기해요. 이런 데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지나는 길에 들렀다는 홍승철(한양대 광고홍보학과3)씨는 쇳덩어리와 기름냄새로 삭막한 청계천 거리에 문화시설이 들어선 것 자체가 큰 변화라며 반겼다. 갤러리 안내를 맡은 홍지나(충북대 서양화과 2)씨는 “평일에는 투숙객들, 주말에는 청계천 손님들이 많이 들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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